연예인들이 나와서 장난치고 떠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예능은 잘 안 보는데,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은 꼭 챙겨보고 있다.
아직 4회밖에 되지 않았지만, 깨알같은 에피소드들이 계속 엄마미소를 짓게 하고,
요즘 모든 일에 의욕이 없는 상황인데, 이 프로그램이 나의 힐링에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회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몰카를 진행해서 안쓰러웠다.
몰카의 상황은, 아빠가 아이에게 작은 항아리를 만지지 말고 지키게 한 후,
다른 아이의 아빠가 들어와 그 항아리를 깼을 때 아이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었다.
항아리가 깨지는 것부터 아이들에게 충격이 있을 수 있으니 무리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항아리를 깨뜨리는 아빠도 다르고, 아이들이 모두 혼자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공정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권력관계를 잘 안다. 즉, 어른들 중에서 누가 힘이 쎈지 안다는 것이다.
이번 회는 민국이의 이미지를 쇄신(떼쟁이→의리남)시키고자 하는 어른들의 노력이 엿보였다.
텐트에서도 몰카에서도 민국이의 "의리"만 강조했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은 분량을 할애했으며,
그 의도(?)는 성공했다. 방송 후, 민국이의 "의리"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으니까.
그러나 민국이의 행동이 과연 의리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행동이 의리라면, 아빠에게 사실대로 말한 아이들은 의리가 없었던 것일까?
송종국 딸(지아), 윤민수 아들(후) - 깨뜨리는 아빠 : 이종혁
아이들의 눈에 비친 이종혁은 장난 잘치고 까불까불하며 편한 삼촌이다.
특히 대부분의 아빠와 딸이 그런 관계인 것처럼 지아는 아빠에 대한 무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자신을 항상 따라다니는 든든한 후도 함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아는 아빠한테 사실을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후는 사실, 그 상황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항아리가 깨진 상황에서도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몰래 먹었으니까. ^^;;
나중에 아빠가 몰카라는 것을 설명해줬음에도, 아이들 중 유일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오히려 종혁 삼촌이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혼났는지 묻는 순수한 아이였다.
성동일 아들(준), 이종혁 아들(준수) - 깨뜨리는 아빠 : 김성주
준이가 그 또래 아이들에 비해 어른스럽기도 하지만, 그 아이는 자기 아빠가 무서운 사람이란 것을 안다.
아이들 중에서 아빠한테 존댓말을 쓰는 유일한 아이기도 하다.
그리고 김성주가 자기 아빠보다 무섭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당연하게 아빠의 말을 들었고, 아빠한테 사실을 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준수는 정말 그 나이 장난꾸러기고, 아빠를 어려워하지 않아서 결국은 거짓말 한 것이라고 말한다.
거짓말 한 것은 잘못이지만, 아빠한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이종혁 부자는 누가 더 장난꾸러기인지 배틀하는 것 같다. ㅎㅎㅎ
김성주 아들(민국) - 깨뜨리는 아빠 : 성동일
처음과 달리, 마을 어른들에게 공손한 민국이가 점점 좋게 보이던 차에 이번 몰카에 대한 반응은 참...
물론, 민국이의 잘못이 아니다. 그 아이의 행동을 "의리"로 만들어버린 어른들의 잘못이다.
다른 아이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민국이는 혼자 있었다는 것이다.
공유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게다가 항아리를 깨뜨린 아빠는, 아빠들 중 가장 무서운 성동일이었다.
나는 민국이가 성동일을 지켜줬다고 보이지 않는다. 단지, 무서웠기 때문에 말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행동이 "의리"라고 치켜세워지는 것이 잘못된 이유는, 요즘 세상이 너무나 무섭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잘못된 일을 보았다면 아무리 무서워도 부모에게는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좋아했었기 때문에, 김성주가 비호감이 된 이유도 있겠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점점더 비호감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부터 나는 자기 맘대로 되지 않았을 때 떼쓰고 우는 민국이를 예쁘게 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떼쟁이여도 리더십이 있는 아이라고 했지만, 그건 단지 자기중심으로 하려는 것 뿐이다.
리더십과 자기중심적 행동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진짜 리더십있는 아이들은 팔로우쉽도 함께 가지고 있다.
예전에 아이들을 가르칠 때 민국이같은 아이가 있었다. 정말 똑똑한 아이었고 뭘해도 본인이 나서서 해야하는 아이.
그 아이는 어른들에게 칭찬받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중심이 안 될 때는 무척 비협조적이었고, 수업 후에는 엄마한테 매달려 울곤 했었다.
그래서 다음 수업에는 다른 아이들이 알아서 그 아이에게 중심을 내주었다.
그 때의 상황들이 생각나서인지, 민국이에 대해 칭찬만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아이의 부모가 겹쳐진다.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이들이 엄마한테 관리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번처럼 몰카와 같은 부자연스러운 에피소드는 자제하면서,
아빠와 아이의 자연스러운 에피소드들이 가득한 프로그램으로 오래오래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벌써 다음주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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