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8. 12:00

나의 활동 지역은 정해져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특정지역에서 살아왔고, 대학까지 그 지역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남자친구를 만나도 가는 곳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고,
대학 CC였던 예전 남자친구 중 하나는 가끔씩 마주쳤다.
그 사람의 목소리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지났는데, 그 사람이나 나나 외적인 모습은 별로 안 변했더라.

처음 마주친 곳은 번화가의 밤거리였다.
그 당시 그 사람은 연인과 함께였고, 나는 연인이 되볼까 고민중이었던 사람과 함께였다.
사귀자는 말을 듣고 아직 답을 안 한 상태였으니까.
멀리서 그 사람의 모습이 보였을 때, 나도 모르게 옆에 있던 사람의 팔을 잡았다.
지금 생각해도 참 미안하고 유치하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더라.
그 사람에 대한 미련이라기 보다는, 난 잘 살고 있다는 과시?
어쨌든, 그 때 옆에 남자가 없었다면 좀 그랬을 꺼야.

그리고 몇번을 마주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한 횟집이었다.
난 친구와 한잔하고 있었다. 성별은 남자지만 친구인 사이...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회사에서 회식을 하러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있었다.
눈이 마주쳤을 때 정말 시간이 멈춘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때도 옆에 남자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예전 남자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된 날은, 주고받았던 편지나 메일들을 뒤적이며 추억에 잠기곤 한다.
 '그때 그랬었지, 그때 내게 이렇게 이쁜 말을 했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리 안 좋게 헤어져도, 결국 이쁜 기억만 남고, 계속 미화된다.
그래서 추억이 좋은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