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야기/미디어

[도서] 나는 미소년이 좋다

구자청 2013. 1. 29. 22:31

 


나는 미소년이 좋다

저자
남승희 지음
출판사
해냄출판사 | 2001-08-03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현대 여성의 감수성과 윤리를 다룬 책. 여성과 남성의 관계와 역...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인상깊은 구절 : 色을 찾은 남자들과 力을 얻은 여자들의 쾌락학


요즘 너무 뒤숭숭했다. 지금 내 나이가 참 어중간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허무함이 느껴지는 그런 나이가 되버린 그런 느낌이다.
학부시절에 후배들과 웃고 떠들며 놀고 있을 때,
한 선배(내가 정말 싫어하는 놈)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당시에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던 놈이,
"넌 아직도 니가 신입생인지 아냐? 나이값 좀 해라."라고 짓껄였었다.
그런 류의 잡소리가 유난히 머릿속을 뱅뱅 돌는, 그런 나날들이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아무 생각없이 책들을 둘러보다가 제목이 가벼워보여 들게 된 책.
하지만 그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았던, 덕분에 가슴이 뻥 뚫린 그런 책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 책이 2001년에 나왔다는 것이었다.
난 정말 최근 책인지 알았다. 사회의 흐름을 미리 파악한 작가의 능력이 놀라웠다.
정말 이런 유쾌상쾌통쾌한 느낌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난 좋아하는 작가도 좋아하는 감독도 없었다. 워낙 마음 끌리는 대로 보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내가 보기싫으면 보지 않고,
아무리 예술성이 높은 영화라고 해도 내가 보기 싫으면 안 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누가 물어도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는 자체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여성의 입장을 조금만 들어도 꼴페미라고 쏴대는 남자들이나,
남성을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극한 페미니즘을 가진 여자들이나,
두 집단을 모두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이 책을 통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책 내용의 여러 부분이 공감되었지만, 특히, 마음에 와닿은 부분은 페미니즘이 인기가 없는 이유였다
모든 여자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여자들은 대부분 투쟁보다 사랑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스코리아가 여성의 상품화라고 폐지를 요구하지 않고,
그냥 당당히 미소년들을 즐기면 되는 것. 그게 정답인 것 같다.
여자도 예쁜 남자를 즐길 권리가 있고,
남자도 예쁜 여자를 바라보기만 하지않으면서 자신을 꾸밀 권리가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정말 싫어하는 감독인 김기덕을 언급한 부분은 정말 대공감이었다.

물론, 김기덕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난, 그런 영화에 출연하는 여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작가의 말대로 모든 여자를 엄마와 창녀로 이분법시키고,
멀쩡한 여자를 창녀로 만들어 양심의 가책을 덜게 만드는 감독의 영화에, 무슨 생각으로 출연한 것일까?
김기덕 영화의 불편한 점을 너무나도 시원하게 풀어낸 작가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인용한 책들과 더불어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졌다.

 

난 나를 사랑한다. 그래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도 사랑한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도 생길 수 없다.
이런 사랑은 단순한 공주병이나 왕자병과는 다르다. 이런 사랑에 함께하는 것은, 존중이기 때문이다.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삶. 그래서 함께 살아가는 삶. 그것이 내가 원하는 사회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경험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
그러니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나이와 상관없이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