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교육

어릴 적 꿈은 교사, 그러나

구자청 2012. 4. 21. 11:23

어릴적부터 내 꿈은 선생님, 즉 교사였다.

유치원생 때는 유치원 선생님, 초등학생 때는 초등학교 선생님.
그런데 교사들을 겪으면서 그 집단에 들어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나름대로 유복하게 자랐었는데,
오빠가 조기유학을 떠나고 엄마가 왔다갔다 하면서 집안이 많이 기울었다. 결국 아빠는 사업을 정리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반장후보가 되었는데, 담임이 부르더니 대놓고 촌지를 요구하더라.

후보에 오를 성적이 안되는 애가 갑자기 엄마와 함께 스케치북을 돌리더니 후보가 되어 이상하기도 했다.

뭐, 결국은 그 아이가 되지 못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너무 아팠던 날, 아빠가 미역죽을 끓여서 보온도시락에 담아주셨던 일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꺼냈는데, 그 당시 담임이 뭐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아빠가 해주셨다고 대답했더니, "그래? 좋기도 하겠다." 이런 말을 했다. ㅋ
평소에도 개념없이 말하고 꾸미는 것에 열중하고 시집가기 위해 교사가 된 것이 너무 티나서 싫었는데,
그 날,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 우리 집 사정을 뻔히 알면서 말이다.

그 다음 해엔 괜찮은 담임인지 알았다.
그런데 그 담임은 아빠한테 도저히 집안 사정이 안 좋아서 수학여행을 못갈 것 같다던 내게,
그 추억이라면서 나중에 후회한다면서 계속 설득했었고, 무리해서 다녀왔다.

하지만, 즐겁지도 추억에 남지도 않는다. 아빠한테 미안한 마음만 남았다.

나중에 그게 담임실적(?)과 연계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배신감이 들던지...


애들한테는 관심없고 맨날 선보러 다니는 교사. 어떻게든 찝쩍거리는 변태교사.

자기애들은 조기유학보내놓고 애들한테는 학교교육이면 된다는 교사. 무조건 권위적인 교사.

물론, 좋은 분들도 계셨지만 너무나 극히 소수... ㅡㅡ


아이들을 가르쳤을 때, 가르치는 일이 내 적성에 맞다는 것을 더 잘 알았지만,

그 집단에 들어가서 힘든 것은 견딜 수 없었다.


전공과 적성이 모두 교육인 장점을 가지고 있어, 교육계에서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테지만,

마음 한 구석은 언제나 찜찜한 마음이 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