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한국,2012)] 부러진 화살
설 연휴에 그토록 기다리던 "부러진 화살"을 봤다.
카테고리가 "문화 이야기"보다는 "세상 이야기"에 더 가까울 수도 있겠지만,
영화에 대한 소감을 중심으로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이 카테고리로 정했다.
일단, 기득권들에게 불편한 주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개봉이 안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계속 흥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다행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진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 영화의 실화 속 주인공, 석궁판사 박홍우.
그 사람을 알게된 것은 문국현 사건의 판결을 담당한 판사로서였다.
내가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된 건, 문국현이 억울하게 재판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였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최우선이어서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나는,
김대중, 노무현 시대를 거쳐오면서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 사회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내 삶을 열심히 사는 것이, 나는 물론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사회는 공정하지 않았다.
문국현은 대형 로펌에 사건을 의뢰하자는 주변의 권유를 만류하고,
자신이 죄가 없으니 무죄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며,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는다며,
젊은 변호사에게 변호를 맡겼고 그 변호사는 진실을 바탕으로 변호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그리고 뉴스에는 "문국현 유죄, 의원직 상실"이라고 짧게 언급되었다.
지금처럼 당시에도 트위터가 활성화되었으면, 이 진실이 쉽게 묻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같은 판사에게 피해(10년 피선거권 박탈)를 입은 정봉주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는
나꼼수조차도 문국현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며, 그렇게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
당시 석궁판사를 알게되면서, 이 영화의 소재가 된 사건에 대해서도 다시 알게되었다.
그 사건은 이미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는 것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언론에서 말하는 것만 보고들으며 그것이 진실이라고 알고 있던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자신이 노력하지 않아 임용에 탈락한 서울대교수가
판결에 불만을 품고 사법부에 대해 도전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이 나라에 정의라는 것이 있는 걸까. 얼마나 많은 진실이 묻혔을까.
얼마나 억울한 사람들이 많았을까.
박홍우는 아마도 이 사건에 대한 고마움(?)로,
그 이후에 판사들이 꺼려하는 정치사건(문국현, 정봉주)을 담당하게 된 것 같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착하고 올바르게 살아야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어느 돌잔치를 가봐도 빠지지 않는 것이 돈 많이 벌어서 부자되라는 말이니까.
정말 이 나라의 현실이 너무 답답했던 영화였다.
또한, 영화 초반에 대학입학 시험 오류를 지적한 교수를 나무라는, 동료(?) 교수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교육계의 참담한 현실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적어도 교육은 그러면 안되는 것인데, 정말 너무나 속상하다.
마지막으로 돈과 기술로 무장했다고 좋은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
이 영화를 만든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